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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의 일상

이 글은 제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것을 재구성했습니다. 오즈 인큐베이션 센터에서 입주팀과 좌충우돌하는 얘기를 써보았어요. 입주팀들에게 격려를!

안녕하세요!

오즈 인큐베이션 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줄리아 입니다. 예, 요즘 ‘대세’인 센터장 입니다. 이 곳 저곳 창업 센터들이 많아지면서 센터장 명함이 대세로 등장했습니다. 저도 ‘센터장’ 이라는 호칭 아주 좋아합니다. 대표, CEO 직함보다 뭔가 무게감이 느껴진달까요.. (제가 워낙 ‘무게감’과는 거리가 멀어서.. -_-)

그런데 센터장이 뭐하는 사람이냐고요? 명함 받으면 그렇게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뭐라고 설명을 할까요..

저희 센터에는 40팀이 입주해 있습니다. 꽤 많은 편이죠. 인원으로 따지자면 100명이 훌쩍 넘으니까요. 제 역할은 40팀이 입주해있는 1년 동안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죠.

각 팀의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더 정교하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일부터 마케팅, 투자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을 하고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합니다. 써놓고 보니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네요. 사실 제가 어떻게 어떤 팀을 “성장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냥 주변에서 도와줄 일이 없는지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이죠.

조언이니, 연결이니 조금 막연하다고요?

그렇다면 제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까요?

말하자면 이런거죠. 아침에 출근해서 A팀과 미팅을 했어요. 외부에서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니 구성을 좀 봐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A팀 대표가 열심히 PT 하는 것을 듣고 도입부를 그렇게 얘기해서 심사위원들이 관심을 갖겠냐고 잔소리를 좀 했죠. 좀 더 주목을 받기 위해 앞부분을 이러저러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을 했더니 도움이 되었다며 반색을 하더군요.

그 후에는 B팀과 미팅이 있었어요. 가는 길에 C를 만났는데 지난주에 투자받기 위해 VC와 만났던 일이 생각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얘기를 나눴죠. 잘 되었는지 궁금해서 미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물었어요. 관심 갖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는데 순간 정말 관심이 있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VC에게 연락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스마트폰 메모 앱에 적어 두었습니다. 요즘은 적어두지 않으면 깜빡깜빡하니까요.

B팀과의 미팅은 골치 아픈 주제였습니다. 요즘 들어 홈페이지 방문자수와 콘텐츠 조회 수 등 전반적인 실적인 대폭 떨어지고 있었고 향후 전략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거든요. 드라이아이스를 펼쳐놓은 무대처럼 회의실에 구름이 펴 오르고 뭔가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것은 원인 파악을 잘 했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펼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이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의를 통해 방향을 잡았죠. 이 팀에는 오랫동안 함께 할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한 일인데, 걱정은 남아 있지만 열심히 구해보는 수밖에요.

점심은 D팀과 먹었죠. D팀이 사업 전략을 피보팅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서 경험 많은 컨설팅 회사 대표님을 연결시켜 주는 자리였습니다. 역시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많이 하셔서 팀이 고민해봐야 할 포인트를 잘 정리해 주셨어요. D팀 대표 얼굴에 고마움이 넘쳐흐르고 안도의 표정이 느껴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오후에는 센터 내부 회의를 했어요. 다음 달에 있을 네트워킹 행사들 기획하고 특강 강사 섭외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어요. 회의를 하고 나니 해야 할 일 리스트가 한 페이지 가득 쌓였네요.  -_-

간신히 책상에 앉아 이메일 훑어보고 답장을 할까 했더니 E팀에서 면담 요청이 왔네요. 원래 사업 아이템이 아닌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꿨다며 설명을 하는데…$%*#!$. 부정적인 얘기들을 마구 뱉어내고야 말았어요. 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래도 잘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E팀은 나은 편이죠. 얼마 전 F팀은 결국 팀이 깨지고 센터에서 퇴소했으니까요. 아, 허탈함이여…

이 번잡함 속에서도 G팀이 원하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어요! 그 덕에 하루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죠.

너무 미주알 고주알 늘어 놓았나요? 그냥, 다 필요 없고… 센터장의 일상은 가난한 살림에 아이를 여러 명 키우는 엄마의 그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큰 애 등록금도 내야 하고 둘째 교복도 사줘야 하고 셋째 병원도 데려가야 하고 넷째 운동화도 사줘야 하고 울고 있는 다섯째도 달래야 하는 그런 마음. 그래도 모두들 잠든 모습 보면 더없이 사랑스러워 미소 짓게 되는 그런 마음이랄까… 물론 엄마의 사랑에는 언감생심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입주 팀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보냅니다.

얼마전 센터 입주팀 벽에 걸린 메모지를 보았어요. 팀들의 희망사항을 적은 것인데.. [두 달간 무탈했으면 좋겠다] 와 같은 메모를 보니 짜안하네요. 하루 하루 쌓여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구현할 때까지 뛰고 또 뛰렵니다. 스타트업의 희망사항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화이팅~!

Julia
Julia
IT 전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홍보, 소셜 마케팅 등을 전문으로 일해왔다. 습관성 창업 증후군을 보인다고 할 만큼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스타트업과 함께 혁신을 위해 고민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것을 즐긴다.